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검은색 ⓘ입니다. 살다 보니 참 삶은 내 맘 같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 괜찮아지리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느는 건 동년배 친구들과의 격차였습니다. 나보다 한참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도전했던 친구들은 이미 제가 이제야 하는 고민들을 아주 옛날에 이미 다 해치우고선, 지금은 그 시절 노력의 보상으로 하루하루를 즐거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어떻게 살아야할까요 ? 이미 사람을 만나지 않은지도 시간이 꽤 되었고, 제가 오롯이 맘 편히 보낼 수 있는 건 퇴근 후 배달음식을 포장해서 맥주 두 캔과 마주하고 있는 제 작은방 컴퓨터 앞뿐입니다. 너무 초라하고 배달음식과 맥주로 뒤틀린 속에 내일 아침에 또 고생을 하겠지만, 사실 이렇게 말고 딱히 쉬는 방법을 알지도 못합니다. 배달음식이 이렇게 올랐는지 모르고 되는대로 시켜 먹었는데, 어느새 비어버린 잔고와 불어난 체중.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미완을 견디는 힘
제가 사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아주 심각한 리셋 증후군을 수년째 감당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해보려고 시도했다가, 또 금세 포기하고 새로운 일을 찾거나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서 다시 시도합니다. 저도 어렸을 때나 몇 번 이렇게 하다 말겠지 싶었는데, 성인이 돼서도 이러고 있으니 정말 그 뒷감당은 항상 제가 해야 하는데 정말이지 타격이 큽니다. 그렇게 쌓여온 데미지들은 쉽게 복구가 되지도 않을뿐더러, 저를 계속 작은 제 방안에 밀어 넣는 압박이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초등학생 때, 선생님이 망했다고 중간에 도화지를 버리고 다시 그리는 친구들을 혼내고 어떻게든 거기 덧입혀 완성시킬 수 있는 연습을 꾸준히 시켰던 게 기억이 납니다. 저는 소심했기 때문에 다시 시작할 엄두도 못 내고 그냥 아예 그림을 포기해 버리는 유형이었는데, 아마 그 시절 꾸역꾸역 망한 그림에 덧입혀서 그림을 완성했던 친구들은 저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인생은 정말 우리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어쩌면 망한 도화지를 주고 그럴듯한 작품을 만들어내라에 가깝지 않나 생각을 해봅니다.
헌 블로그에 새 글
이 블로그는 사실 원래 새 블로그를 만들고, 깔끔한 주소에 다시 시작을 해보려던 주제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리셋 증후군을 이겨내 보자는 마음에 헌 블로그에 새 글을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의 내 인생은 헌 도화지를 받을 일이 더 많고, 헌 도화지를 끝끝내 멋진 작품으로 만들어내 보는 것을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꼭 성공해내보고 싶은 마음에 헌 블로그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몇 가지 탐탁지 않은 부분이 많이 걸립니다. 하지만 이것들도 자주 보다 보면 익숙해지겠죠.
무슨 글을 써 내려가야 할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현생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아주 담담히 적어 내려가볼 생각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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