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고 한명을 손절하기로 했다. 가기전에는 잘 맞는 줄말 알았지, 실제로 여행을 겪어보니 너무나도 많이 다른 사람이었다. 그동안 쏟은 시간이 아까울 만큼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간 나에게 보여줬던 모습은 뭐였을까. 속았다는 느낌이 들면서 동시에 그래도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지내면 다시 잘 지낼 수 있겠지 했지만, 이미 속으로 손절한 건 티가 나는 것 같다. 친구들끼리 모이면 그 친구가 온다하면 자리를 피하고, 내가 친구들을 볼때면 그 친구만 쏙 빼고 부른다.
고집, 고-집
여행을 하면서 이 친구의 고집에 완전히 질려버렸다. 여행의 전반적인 계획은 내가 다 짰지만, 이 녀석때문에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근데 이게 고집이 무작정 때 쓰는것만 있는건 아니다. 똑바로 뭘 하고 싶은지는 이야기는 못하고, 계속 본인이 검색해서 은근 슬쩍 이런게 있대~ 하면서 사람 스트레스 받는 스타일. 여행 내내 옆에서 이러는데, 그래 니가 하자는 데로 하자. 내가 짜온 계획보다 그게 나아 > 라고 내 입에서 고백이 나와야 끝이 났다. 진짜 이렇게 표면적으로는 계속 긍정적인척, 뭐든 괜찮다는 척하면서 은근히 고집 부리는거 정말 사람을 질리게 한다.
팩폭하는 걸 즐겨하는 사람
정말 아쉽게도 잠자리가 예민하던 편이라, 여행 내내 수면이 정상적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사소한 것에도 자꾸 예민해져서 스스로 예민해지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을 했다. 하지만 이 뭔가 서로 전혀 웃을 수도 없는 팩폭을 수시로 그녀석이 행하면서 나의 예민은 터져나왔다. 내가 화를 내려다가도 이 여행을 망쳐버릴 것 같은 생각에 멋쩍게 웃으면, 그 모습을 보는게 꽤나 재밌었나보다. 내가 초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 일까, 그냥 틈만 나면 팩폭을 하고 그것에 멋쩍게 웃는 내 모습은 반복되었다. 나중에 충분히 화가 진정되면 다시 이야기해봐야겠지만, 여행을 다녀와서도 계속된 단톡방에서의 팩폭들. 화가 가라앉으면 이야기하겠다고는 했지만, 화는 아직도 가라앉지 못했다.
바뀔수 없다. 시간이 아깝다.
고쳐 써볼까도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 성인이 되어서 누가 누구를 고쳐서 쓴다는건 말도 안되는 소리다. 더군다나 중간중간 일관성이 너무 없는 모습에 실망하기도 했는데, 일관성이 없는 사람들은 보통 내면을 들여봐봤자다. 딱 그냥 그정도 수준인 사람. 바뀔 수 없고 거기에 쏟는 내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앞에서야 하하호호 하고 피할 수 없는 술자리들은 행복한 척 하고 있겠다만, 이미 내 마음 속에서는 손절. 내 삶 속에 깊숙히 들어왔던 사람이라 나도 참 아쉽긴 하지만, 받을 상처가 더 많은 것 같아서 여기서 잘 짤라내야한다.10saekki 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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